AI Clipping
국내 바이오, 초기 기술수출 대신 임상·제형·병용으로 승부처 재설정

임상 단계로 이동하는 성장 전략

국내 바이오 산업은 후보물질을 이른 시점에 넘기는 방식만으로는 가치 회수가 제한된다는 판단 아래, 개발의 무게중심을 임상 단계로 옮기려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미 국내 현장에서는 국내 임상연구 R&D 투자액은 1조 922억 원 규모로 커졌지만,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 품목허가까지 도달할 확률은 7.9%에 머무는 만큼 후기 단계까지 버틸 자금과 제도 설계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단일 성공 품목 의존에서 벗어나 다수 파이프라인을 임상으로 진입시키는 구조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내년 최대 3건의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진입 계획과 글로벌 임상 1b/2상 'JET'의 첫 환자 투약 사례는, 국내 기업이 단순 탐색을 넘어 병용 전략과 적응증 확장까지 포함한 본격 개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GLP-1 이후의 차별화 경쟁

비만·대사 치료제 시장에서는 단순한 체중 감량 경쟁보다 복약 편의성과 장기 치료 지속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월 1회 투약 같은 장기지속형 제형이나 글로벌 블록버스터에 적용되는 '듀피젠트 SC' 임상 3상 수준의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도, 자본력 경쟁 대신 명확한 사용성 개선으로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후발 주자가 선두 기업과 같은 적응증에서 정면 승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작용 보완, 병용요법, 투여 방식 전환처럼 치료 경험을 바꾸는 요소에 집중해야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내 기업도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독자적 위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시험체계가 바꾸는 개발 기반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후보물질 자체뿐 아니라 이를 검증하는 데이터와 시험 방법의 정밀도입니다. 정부가 '2026년 임상시험 및 연구 산·학·관 공동 통계 콘퍼런스'를 통해 AI 활용과 최신 통계기법 확산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으며, 생체모사 3차원 골격근 미세조직 모델 같은 사람 중심 실험 플랫폼은 초기 효능 검증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변화는 연구개발의 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전통의학 분야까지 AI·데이터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은 산업 영역이 달라도 공통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 해석 가능한 근거, 국제 협력 가능한 검증체계가 있어야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정책 초점의 전환

산업계는 이제 연구 역량 축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상 수행 능력이 실제 투자와 빠른 환자 접근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국내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해외 상업화 단계에서 분산되기 때문에, 신약 도입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도 개선 논의와 맞물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흐름의 의미는 한국 바이오가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단계에서, 후기 개발과 상업화까지 통제하려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정부 지원도 초기 과제 발굴 중심에서 임상 투자, 데이터 인프라, 가치평가와 등재 체계 개선으로 옮겨가야 하며, 그래야 국내 기업의 협상력과 환자 접근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