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기업들은 해외 판매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시험하는 체계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은 미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미국법인을 판매 거점이 아니라 개발·검증 거점으로 키우고 있으며, 미국법인 매출이 5952억 원까지 커진 상황이 이런 전환의 배경이 됐습니다.
이 변화는 한두 제품의 수출 확대보다 구조적인 의미가 큽니다. 이미 확보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라면 외 품목까지 넓히려는 시도이고, 현지 소비 취향을 빠르게 반영해 실패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범용 제품보다 수면, 혈당, 갱년기, 전립선, 기억력처럼 더 구체적인 증상과 생활 불편을 겨냥한 제품 개발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5조 9626억 원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반면, 수면 솔루션 스타트업은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40억원을 유치했고 기능성 원료 기업도 3년간 총 30억 원의 연구개발 지원을 확보하며 자금이 세부 기능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 유행이라기보다 원료 경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참당귀 황기 추출 복합물이나 천마처럼 국내 농산물 기반 소재도 인체적용시험과 기능성 인정을 거쳐 시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지역 농업·연구기관·기업이 함께 고부가가치 원료를 만드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완제품 판매보다 먼저 특허, 균주, 기능성 원료, 재배 기술 같은 기초 자산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휴온스 계열의 제형 특허, hy의 5096종의 균주 라이브러리, 코스맥스의 원료 재배와 적용 확대는 모두 나중에 제품군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는 시장이 포화될수록 브랜드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원료의 표준화와 독점성, 임상 근거, 공급망 통제력이 함께 있어야 가격 경쟁을 피하고 해외 확장이나 후속 제품 개발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시장 확대의 이면에서는 관리 공백과 사업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체중 감량 관련 부당 광고 수가 올해만 180건 적발됐고, 최근 수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도 총 1만 8,693건에 이르렀으며, 일반식품 형태로 들어온 원료에서 최대 1천500배 많은 알로인이 검출된 사례까지 확인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신사업이 모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릴한이 단종된 웅진식품처럼 확장 전략이 흔들리는 사례가 있고, 일부 기업은 개별인정형 원료 승인이 이뤄지지 못하고 일정이 밀리고 있으며, 바이오기업들은 신약의 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기식 사업을 새로운 매출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기회가 커진 만큼 근거와 규제 대응, 수익성 검증을 동시에 요구하는 국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