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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한약재와 지역 원료를 붙잡으려는 실험실·지자체·규제기관의 동시 정비

해외 의존 원료를 국내 기반으로 돌리는 연구

연구기관들은 수입에 기대거나 야생 채취에 의존해 온 약용식물의 공급 구조를 바꾸기 위한 증식·재배 기술을 내놓고 있습니다. 세신의 기원식물인 족도리풀은 조직배양으로 안정 증식하는 방법이 마련됐고, 개똥쑥의 생육과 항말라리아 치료제 핵심 성분 생산성을 높이는 전처리 기술도 제시됐으며, 웅게르니아 2종은 실험실 배양체가 유용 성분 생산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연구 성과 축적을 넘어 원료 확보의 불안정성이 바이오·한의약 산업 전체의 병목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재배 표준화와 대체 생산이 가능해지면 희귀 자원의 남획을 줄이면서도 산업용 원료를 일정 품질로 공급할 수 있어, 보전과 사업화가 충돌하던 구조를 완화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규격과 품질관리의 과학화

한약재 관리 체계도 경험과 관행 중심에서 데이터와 검증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사향의 품질관리 시험법은 보존제 성분을 직접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한약(생약) 규격 개정에 대한 작성·검토 지침은 기원종 판단에 유전·성분·독성 자료까지 요구하도록 정리됐으며, 불법 한약재 8.4톤 제조·판매 사건은 현장 관리의 빈틈이 실제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정비는 한약재가 전통성만으로 유통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원료의 정체성과 안전성을 정밀하게 입증해야 공공 규격과 시장 신뢰를 함께 유지할 수 있고, 향후 수출이나 산업 확장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큽니다.


지역 산업이 원료부터 수출까지 묶는 방향

지자체들은 약용·천연물 산업을 개별 품목 지원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사업으로 묶으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30억6,200만달러를 기록했고 의료·바이오와 화장품 중심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도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원료 조달과 사업화를 연결하는 틀을 제도화하려 합니다. 영주시는 총 10t 규모로 홍삼과 부각 등 지역 농특산품을 미국 시장에 보내고, 제천한방천연물산업진흥재단 인선도 지역 핵심 산업 운영 역량 점검의 대상이 됐습니다.

배경에는 지역 산업이 연구개발만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원료 생산, 가공, 인증, 수출 판로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이는 천연물과 한방 자원을 지역의 전통 산업으로만 두지 않고, 공급망과 수출 전략을 갖춘 산업 자산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과 경쟁 뒤에 커지는 조직 재편 논쟁

산업이 커질수록 어떤 조직이 이를 전담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폐합 가능성을 둘러싼 반발은 한의약을 독립 산업으로 볼지, 보건산업의 일부로 흡수할지를 둘러싼 시각 차이를 보여주며, 민간에서는 연구개발(R&D)부터 기능성 원료 확보, 제조, 글로벌 국제 인증까지 한 회사 안에서 묶는 통합형 전략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은 효율화와 정체성 사이에서, 민간은 속도와 일관성 확보를 위해 수직계열화 쪽으로 움직이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흐름의 핵심은 천연물·한의약 산업이 더 이상 느슨한 분업 구조로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며, 누가 원료와 기준, 사업화 권한을 쥘 것인지가 앞으로의 산업 지형을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